PUBLIC ART_Uncommon Sense



한경우 개인전 ‘Uncommon Sense’가 열리고 있는 살롱드에이치(salon de H)의 투명한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하얀 벽면에 걸려있는 절제된 무채색의 사진과는 어울리지 않게 벽이 아닌 전시장 바닥에 기울여 놓인 파란 화면의 대형 모니터들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딘가 다양한 방향에서 들려오는 당구공과 당구공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가장 먼저 감각을 자극한다. 그 소리는 보통의 당구대에서 공을 밀어치는 것과는 다르게 무거운 울림으로 쉼 없이 공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윽고 전시장 바닥과 계단에 무심히 기대어 놓인 4대의 스크린 속에서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당구공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은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의 균형과 질서가 비틀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정밀한 수평을 맞추기 위해 보통의 힘으로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육중한 무게감을 가진 당구대를 화면으로 옮겨 간단하게 기울여버린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큐를 화면 속으로 들이밀어 위쪽으로 공을 밀어낸다. 모니터가 바닥에 놓인 각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그대로 굴러 떨어지는 당구공의 움직임은 분명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쉽게 믿기 힘들다. 한경우 작가의 신작 ‘ Senseless Sense, 2015’에서 당구대를 비추는 수직적 시점과 작품이 놓인 위치가 만들어내는 공간적 불균형, 스케일의 변화는 불시에 관객을 선험적 인식과 실제적 경험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한다.

한편, 같은 공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렬로 걸린 ‘Pretending Walls, 2015’ 사진 시리즈는 같은 비율의 색 면으로 나누어진 균형 있는 추상회화의 연작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사진의 하단부에 서로 다른 입체적인 경계를 드러내며 관객이 얼핏 이를 동일하게 인식하는 오류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지난해 송은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I MIND’에서도 작가는 이와 유사한,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3차원의 입체구조물과 이를 인식하는 2차원적 시각과 각도, 즉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주체에 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먼저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현상들을 동시에 나열하고 관객에게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전시장 2층의 바닥까지 완벽하게 하얀색 카펫을 깔아놓은 독립적인 화이트 큐브의 공간에 설치된 ‘Beginning without End, 2015’는 모니터에 방향도 깊이도 거리도 알 수 없는 3개의 면으로 나누어진 동일한 화면을 제시한다. 관객이 모니터 근처로 이동하면 각 화면에는 서로 다른 구경의 렌즈를 가진 카메라가 비추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때 마치 피사체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화면에 확대되어 나타나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모니터는 서로 다른 거리에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일단 화면에 관객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그와 함께 카메라의 렌즈와 위치, 각도 등 그동안 가려져있던 모든 정보가 일순간 함께 노출된다. 특히 작가는 카메라 줌렌즈의 확대와 축소 기능을 조작한 것이 아닌, 누구나 한눈에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모두 다른 세 종류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의 하나는 이렇듯 그의 작업이 상황과 장면을 연출하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도적인 장치들을 계속해서 작품 속에 마련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Uncommon Sense'에서 한경우는 그동안 지속해 온 이미지와 실체의 간극을 통한 개인의 주관적인 시선과 관념의 환기를 넘어, 더 나아가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현상의 의미와 그 의미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과정에 대해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즉, 모든 형태의 대상은 각기 그것에 상응하는 주체의 의식방식과 필연적으로 상응한다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우리의 의식이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독자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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